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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엔 유화, 한국엔 하대…중국의 近隣 외교

기사승인 2018.09.09  12: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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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판다 한마리 임대료로 1년에 10억원

 

일본 공영방송 NHK는 8월12일 ‘세계는 지금’이란 프로그램에서 최근 일본과 중국의 문화 경제 정치적 관계를 조망하는 내용을 방송했다. NHK가 내건 타이틀을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일중평화우호조약 체결 이후 40년. 중국에선 ‘친 일본 무드’가 고조되고 있다. 문화교류를 시작으로 경제면에서도 관계가 깊어지고 있다. 그리고 정치에서도 중국이 일본에 접근하고 있다. 그 배경은?”

중국이 갑자기 일본에 접근하는 배경은 기본적으로 미국과의 무역전쟁 때문이라는 것이 진행을 맡은 NHK국제부 중견 기자의 설명이다. 미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이 전통적인 합종연형 전략의 일환으로 일본과의 우호관계를 확보하려 한다는 얘기다.

중국은 1950년대 구 소련과 친밀한 우호관계였으나 50년대 말 국경분쟁 등으로 양국관계가 악화되기 시작하자 대 소련 견제 차원에서 1970년대에 일본 미국과 연이어 국교를 수립한 바 있다는 역사분석도 소개됐다.

NHK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해 차량판매대수는 2800만대. 이에 비해 일본은 500만대 수준. 그나마 일본 국내 자동차 수요는 대부분 값이 싼 경차인데 비해 중국은 값비싼 중형차가 주류라고 한다. 시장규모 면에서 이미 중국은 일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나라가 됐다.

세계적인 자동차 생산 강국인 일본으로서는 중국과의 관계를 더욱 친밀하게 가져가는 것이 국익을 위한 당연한 선택이라고 할만하다.

더구나 중국 당국은 최근 태평양전쟁종전일인 8.15를 앞두고 상하이(上海) 사범대가 개최할 예정이던 위안부문제 심포지엄을 취소시키 등 일본에 대해 노골적인 유화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

여기까지 방송을 지켜보자니, “중국이 스스로 우호적으로 접근해오는 이런 기회를 십분 활용해 중국에서의 자동차 시장 확대 등 국익을 확보하자”는 식으로 프로그램 결론이 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대한민국의 언론은 그런 식으로 결론을 냈을 것이다.

그러나 NHK의 결론은 달랐다. 센카쿠열도(尖閣列島) 영토분쟁에서 보듯, 중국은 여전히 일본에 위협적이며, 지금은 일본에 대해 우호적 접근을 하지만 상황이 바뀌면 언제 달라질지 모르므로 중국의 의도를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식의 결론이 제시됐다.

슬며시 지나치듯 소개된, ‘팬다’를 둘러싼 일화 하나가 이 프로그램이 의도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듯했다. 주지하다시피, 팬다는 중국이 우호친선을 과시하기 위해 활용하는 상징적 도구다.

일본에도 중국이 보내준 팬다가 여럿 있다. 그중 도쿄(東京) 우에노(上野) 동물원의 팬다는 최근 새끼를 출산해 많은 일본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날 NHK에 따르면 그 우에노 동물원 팬다가 사실은 중국이 기증한 게 아니라 10년 계약으로 임대해준 것이며 연간 1억 엔의 임대료를 내고 있다는 것. 더구나 일본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그 새끼도 소유권이 중국에 있기 때문에 2년 후에는 중국에 보내야 하는 운명이라고 한다.

우에노 동물원 팬다에 대한 이 같은 일화(逸話)는 아는 사람은 아는 얘기지만 이날 NHK의 다른 참석자들은 몰랐던 듯하다. 정말로? 임대료로 연간 1억 엔! 새끼도 중국에 반환? 놀란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중국의 말하는 우호친선의 이면에는 엄청난 실리추구가 개재돼 있다는 폭로요, 중국을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큰일 난다는 경계촉구가 아닐 수 없다.

종합하면, 중국은 언제든지 뒤통수를 칠 수도 있으니 지금 갑자기 유화제스처를 보낸다고 희희낙락할 수는 없다는 메시지였다.

한국의 현실이 중첩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일본과 달리 한국에 대해서는 별다른 유화제스처를 보내는 것 같지 않다.

싸드(고고도방어미사일) 관련 대한(對韓) 경제보복이 여전하다. 그래도 대한민국 정부는 별다른 항의도 하지 못하고 있다.

주권국가 대한민국의 싸드 배치 결정은 주권행사의 일환일진대, 그 주권행사에 대해 외국정부가 노골적으로 보복조치를 취하고, 대한민국은 그에 대해 ‘제발 보복 조치좀 풀어 달라’고 읍소하는 장면이 몇 년째 계속되고 있다.

중국 앞에 서면 대한민국의 주권은 한없이 쪼그라드는 느낌이다.

싸드 보복의 와중에서 삼성의 휴대폰은 중국에서 씨가 말랐고, 롯데는 수조원의 손실을 보면서 중국에서 전면 철수를 결정했다. 현대 자동차는 막대한 중국투자물량과 기술을 고스란히 빼앗기고 껍데기만 안고 가는 상황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7월 중순에는 중국공산당 정치국원인 양제츠(楊洁篪)가 극비에 방한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개명천지 자유민주국가에서 극비방한이라는 공산당식 행태가 통용된 것 자체가 불쾌한 일이다. 그런데 양제츠가 한국에 온 목적 자체가 관계개선 우호증진과는 거리가 먼, 사드철수 압력을 넣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은 중국의 돌연한 유화제스처의 진의가 무엇인지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데 비해 한국은 중국의 여전하고도 노골적인 압력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일본은 대등한 국가 취급하고, 한국은 속국 취급하는 듯하다. 그게 한국이 처한 냉정한 현실이다.

이동명 칼럼니스트 100real@newsre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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